그걸로 됐어
스위트피의 마지막... “그걸로 됐어”
17년 전, 스위트피란 이름으로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을 들려주던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때의 김민규는 정말 반짝거렸다. 델리 스파이스 활동을 병행하면서도 창작력은 결코 끝나지 않을 듯 샘솟았고, 그렇게 만든 좋은 노래를 특유의 여린 목소리와 분위기로 표현할 줄 알았다. 문라이즈란 레이블을 만들어 한참 재미있는 일들을 벌이기도 했다. 다시 돌아올 수 없을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그 뒤로도 스위트피는 건재했다. 오히려 너무 내면적이었던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보다 [하늘에 피는 꽃](2004)과 [거절하지 못할 제안](2007)에서 들려준 대중적 감성의 노래들이 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다. ‘Kiss Kiss’나 ‘떠나가지 마’ 같은 노래들은 아직도 라디오를 통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속도는 조금씩 느려지고 있었다.
꼬박 10년. 이번엔 꼭 10년이 걸렸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위트피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우리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10년이 많은 것을 바꿔놓을 만한 시간이라는 건 안다. 그가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을 들려주던 때와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물론 그 역시도 그만큼 나이가 들었고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생겼을 것이다.
첫 곡 ‘북극곰’의 기타 인트로가 흘러나올 때 ‘다름’과 ‘같음’을 동시에 느꼈다. 이 간결한 기타 사운드가 주도하는 팝. 이전까지의 스위트피와는 또 다르다. 앨범은 명료하다. 기타가 주도하는 사운드도, 8곡이라는 수록곡도, 3분 안팎의 노래들 모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명료하다. 앨범 제목 그대로 "그걸로 됐어"라 말하고 있는 듯하다. 명료함 사이에서 김민규 특유의 소년 같은 목소리가 주는 정서가 10년이라는 세월을 이기고 고스란히 살아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이 단순함 사이로 각자 다른 무드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특유의 서늘하게 전달되는 미묘한 감정이 있고, 펑키한 연주가 주는 산뜻함도 있다. ‘달빛과 춤을’처럼 김민규의 감성을 좋아해온 이들에게 여전히 매혹적일 트랙이 있고, 타루가 ‘떠나가지 마’를 불렀던 것처럼 프롬의 목소리를 빌려 ‘오로라’를 그리게 한다. ‘빛보다 더 빨리’는 델리 스파이스를 그리워하는 이들까지도 만족시킬 만한 노래다.
앨범의 마지막 두 곡은 김민규의 기타가 주도하는 색다른 트랙이다. 김민규는 늘 그래왔다. 한없이 감성적인 노래를 부르다가도 뭔가 뒤틀린 정서를 선보이기도 했다. 화제의 색소폰 연주자 김오키를 적지 않은 비중으로 앨범에 참여시킨 것을 보며 ‘스위트피답다’는 생각을 했다.
10년의 시간이 걸려 돌아온 그는 여전하고, 또 여전하지 않다.
글 : 음악평론가 김학선